되지빠귀를 관찰하고 있는데 어떤 새가 소리없이 날아와 나뭇가지에 앉았다. 쌍안경으로 확인해본다. 어? 어? 너무 당황했다. 놀라웠다.... 호랑지빠귀! 되지빠귀나 흰배지빠귀는 만나리라 생각은 했지만 호랑지빠귀라니? 저 멋진 무늬좀 봐! '사진을 찍어서 증거를 남겨야 한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질 않았다. 홀린 듯이 쌍안경에 눈을 대고 바라봤다. 호랑지빠귀, 호랑지빠귀... 세~상에.. 우리 동네 산에서! 호랑지빠귀는 소리없이 좀 떨어져 있는 쓰러진 나무통에 앉았다. 그제서야 증거를 남겨야 한다고 정신을 차리고 카메라를 꺼냈다. 근데 아이고, 안돼! 쌍안경으로는 잘만 보이는데, 늘 카메라로는 위치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몇 번이고 줌을 올렸다 내렸다, 마음은 덜컥덜컥, 발을 동동 굴렀다. '이렇게 호랑지빠귀를 만났는데 사진 한 장 없이 증거자료 한 개 없이...?' 결국 호랑지빠귀는 멀리멀리 날아가고 말았다. 그런데 바로 앞에 유리딱새가 나타나는 바람에 신경 쓰질 못했다. 유리딱새 또한 처음 보는 새라... 되지빠귀, 호랑지빠귀, 유리딱새. 이렇게 처음 보는 새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으면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고 만다... 나중에 호랑지빠귀를 찾을 수 있진 않을까 하고 둘러봤는데 보이지 않았다. 소리없이 날고 움직인 것만 봐도 시끄럽게 낙옆을 헤집으며 먹이활동을 하며 모습을 드러내 줄 것 같지가 않았다. 결국 찾지 못했고, 다음번엔 볼 수 있겠지 하고 생각했으나, 다음번에도 호랑지빠귀는 커녕 되지빠귀류는 한 마리도 못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