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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양목

박율빈

2025년 4월 13일 오후 2:49

어릴 때 뜯어먹던 그 풀이 이 나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나무라고 생각한다. 가지 하나를 뜯고 잎을 하나씩 때면서 '~한다, ~안 한다.' 이러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회양목이 내 머리카락 뜯어가서 그러면 울 거면서 말이다. 아무튼 그냥 돌 보듯 하던 나무다. 맨날 보던 그 나무. 가끔은 공으로 맞추고 자전거로 들이받고 몸으로 눌렀다. 모두 고의는 아니었지만, 나무에 너무 민폐였다. 어릴 때 식물을 인격체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죄책감과 미안함이 없었다. 이제서야 좀 미안해진다. 그렇다고 사과하기엔 그 나무를 찾을 수도 없고 아직 살아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죄책감은 없는 것 같다. 흔하다고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닌데, 이 나무를 별거 아닌 듯 대하고 있었다. 가치가 있다고 특별히 대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이곳에 글 쓴다고 너무 편견이 생긴 것 같다. 그래도 식물은 충분히 가꾸고 보살펴줄 가치가 있다. 그렇다고 얘네들이 내 밥 맥여주는 것도 아니다. 는 무슨 공기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공기는 다른 나무가 제공해 주면 된다. 그래도 꽃은 예쁘다. 흔한 얼굴이라고 못나지 않았다. 꽃이 예쁘긴 하지만 솔직히 다른 꽃에 비하면 꽃인 줄도 모를 것 같다. 내가 벌이라면 꿀과 꽃가루 냄새가 나는 회양목도 그냥 지나갈 것 같다. 회양목은 악몽이겠지만 나에게는 추억이었던 어린 시절의 회양목이 떠올라서 좋았다. 너를 만난 지 16년 만에 이름을 알았네. 너 잘 자란다며? 내가 어릴 때 말썽 많이 피웠지만 한 번 키워볼게, 겁먹지 마. 이번에는 내가 잘 보살펴줄게. 안 죽어.

관찰정보

  • 위치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 고도
    정보가 없습니다.
  • 날씨
    구름 | 기온 10.6℃ | 강수량 0mm | 습도 26% | 풍속 20.9m/s
  • 관찰시각
    2025년 3월 28일 오후 1시

생태정보

  • 분류체계
    식물계 Plantae > 피자식물문 Magnoliophyta > 목련강 Magnoliopsida > 대극목 Euphorbiales > 회양목과 Buxaceae > 회양목속 Buxus
약관심(LC) 한국희귀식물목록집(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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