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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겨울이 시작되었다. 마지막에 올라온 새잎이 조금씩 자라며 어렵사리 삶을 이어가고 있다. 비가 내렸다. 새로운 급전 대출 명함이 바닥에 달라붙어 있다. 어떻게든 살아남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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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버티고 있다. 새잎은 조금 더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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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완전히 죽지는 않았다. 조금 붙은 줄기로 간신히 버틴다. 아! 틈에서 또 새잎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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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하다. 쓰레기가 뒹굴어도 아름다운 나무가 살고 있었는데. 나무마저 쓰레기처럼 버려 놓았다. 새로 자란 줄기들까지 모조리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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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누운 채로 잎을 키운다. 틈에서 다시 자란 잎들은 꽤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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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여 누운 줄기가 살아남은 잎눈을 모조리 터뜨리고 새잎을 밀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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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사이로 나무가 새로 내는 어린잎들의 톱니가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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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줄기마저 누군가가 억지로 꺾었다. 다시 또 올라오는 새잎.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도 새잎들이 나온다. 쓰레기와 커다란 마른 잎들이 배수구를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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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뭘까. 누군가 가지를 톱으로 자르고 잎들을 꺾은 흔적이 있다. 잎들이 쓰레기처럼 널브러져 있다. 지난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았는데. 꺾어버린 잎자국마다에 고리 모양 관속흔이 드러나 있고 위쪽에는 잎눈이 보인다. 그래도 나무는 새잎을 계속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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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지금까지 본 중 가장 크다. 유리문을 반이나 가릴 만큼 자랐다. 특유의 오각형 잎들이 방석만 하다. 뿌리 쪽에 가까운 잎들은 계단 아래 칸까지 흘러넘친다. 늠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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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불안해서 잠시 확인. 커다란 잎들이 펄럭인다. 조마조마하다. 아래쪽의 잎들은 계단에 배를 깔고 있다. 라지 한 판 더! 찢기고 경품대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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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보게 자랐다. 이만큼 자란 모습은 처음이다. 줄기에 흰 반점, 잎겨드랑이에서 새잎 계속 나오고, 뿌리 쪽은 목질화하고 있다. 계단을 부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바람까지 분다. 노란 슬리퍼 이쪽에 한 짝, 저쪽에 한 짝, 장수막걸리 한 병 추가, 벽에는 여사원 모집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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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더 자랐다. 이제 유리문의 전화번호를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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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유리문의 전화번호를 조금 가릴 만큼 키가 자랐다. 걱정도 다시 자란다. 계단 주변이 정말 지저분하다. 5분 대출, 나무젓가락, 담뱃갑, 꽁초, 굴러다니는 요거트 병과 빨대, 날아다니는 휴지, 벽에는 라지 한 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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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죽은 줄기보다 새로 나온 줄기가 더 커졌다. 죽은 줄기는 쪼그라들었고 붙어 있던 마른 잎도 치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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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다시 넓어졌다. 뿌리 쪽을 들여다보니 줄기가 세 개. 빛을 받지 못한 아래 쪽 잎들이 시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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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오동나무가 있는 길로 매일 지나다녔다. 죽은 줄기가 누워 있는 계단 틈에서 새잎들이 계속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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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누워 있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나무가 보이는 모퉁이를 돌자마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비좁은 틈에서 견디지 못한 걸까 누가 꺾은 걸까.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뿌리 쪽에서 또 새잎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방가지똥이 자라던 부서진 틈에는 망초가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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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늠름해졌다. 유리문의 전화번호를 조금 가릴 만큼 키가 컸다. 이런 데서 언제까지 자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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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누가 참오동나무 아니랄까봐 쑥쑥 큰다. 줄기는 통통해졌고 키도 많이 자랐다. 먼저 있던 마른 줄기는 그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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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옆으로도 뻗어 나가며 몸집이 조금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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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을 넘어설 만큼 키가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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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만에 쑤욱 자랐다. 키가 문턱 높이만큼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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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과 줄기가 조금씩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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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잎을 펼치고 있다. 두 장은 거의 완전히, 나머지는 아직 쪼글쪼글. 어린잎 특유의 톱니가 있고 앞뒤 모두에 흰 털이 빽빽하다. 털북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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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봄이 조금 더 가까이. 혹시 살아 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겠지. 세상에! 잎눈을 터뜨리고 보라색 새잎을 뾰족하게 내밀었다. 다섯 군데. 조금 떨어져서 보면 죽은 나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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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폐공장 옆 계단 틈에 참오동나무가 아직 있다. 줄기를 누가 부러뜨렸나. 말라비틀어진 모습이 안쓰럽다. 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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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계단 틈에 사는 참오동나무가 궁금해 찾아가보니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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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성수동 폐공장 옆 두 번째 계단과 벽 틈에서 참오동나무 어린잎을 발견했다. 어둑해지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