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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생물종677 관찰기록2610

두줄제비나비붙이
5

충북 진천군 진천읍 교성리

바위처럼 오돌토돌한 돌기가 가득한 것에 비해서는 매우 무른 몸이다. 평균적인 몸의 크기는 손가락 세 마디 이상 되고 하얀색이라 눈에 잘 띈다. 생크림을 바른듯한 몸의 하얀 돌기는 불규칙하게 배열된 것 처럼 느껴지지만 마디도 나뉘어져 있고 어느 정도 규칙적인 형태를 보인다.

지나가다가 언뜻 보았을 때에는 큰까치수영과 같은 꽃인 줄 알았다. 이상하게 눈길을 끌길래 자세히 보니 애벌레들 이었다. 먹성이 얼마나 좋은지 주변 잎이 남아나질 않았는데 그 자리를 애벌레가 대신하고 있다. 이것도 일종의 의태인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배설물의 크기도 매우 굵고 클 뿐만 아니라 대칭적인 형태라서 마치 작은 열매같이 생겼다. 사진을 찍으면서 가지를 건드리게 되어 나무가 흔들렸는데 애벌레들의 머리가 나선형 모양으로 안쪽으로 말았다.

염철민 (Y달팽이꼴)

2021년 9월 19일

호랑나비
5

충북 진천군 진천읍 교성리

날개에 찢어진 부분은 없으나 밟혀서 일부 비늘이 떨어져 색이 옅어진 부분이 보인다. 터진 내장의 색은 진한 노란색이다. 날개를 제외한 몸체는 완전히 납작해져 있다. 1차로 차에 충돌한 충격으로 사망하여 추락한 개체가 2차로 후속 차량에 밟힌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 새로운 근무지에서의 여름 조사 때 조수석에 앉은 나는, 차로에도 사방에서 날아드는 곤충이 얼마나 많은지 관찰할 수 있었다. 그들까지 신경 쓰며 운전하기란 여간 쉽지 않았을 터임에도 충돌을 막기 위해 차량의 속력을 줄이거나 하는 등의 배려는 인상 깊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고 난 차의 앞에는 나비나 잠자리, 메뚜기가 끼어 있기도 했다. 그렇게 나비나 잠자리도 로드킬을 많이 당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에는 놀랐던 기억이 있었다. 납작하게 죽은 저 나비를 보고 잊고 있던 옛 기억이 떠올랐다. 아무리 우리가 선을 긋고 분리한다고 해도 그것이 실제로 공간이 나뉜 것임은 아님을.

염철민 (Y달팽이꼴)

2021년 8월 19일

참매미
5

충북 진천군 진천읍 신정리

울음 소리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무늬는 검정, 녹색, 흰색이 어우러져 있는데 고풍스럽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이러한 무늬는 이끼나 지의류가 낀 나무 주변에서 더욱 자연스러운 보호색으로 작용한다. 암컷이다.

이제 슬슬 한 여름의 시작이라는 것이 체감 되는 것이 참매미의 울음소리가 많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기후변화 영향에 비하면 매미의 활동이 좀 늦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실 지난 주에 북쪽에 있는 한 친구로부터 어떤 매미인지 연락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이미 그 곳은 참매미의 성지였다고 들었다. 그 때는 왜 그럴까 하고 그냥 넘겼는데 갑자기 든 생각이, 어쩌면 매미들의 우화 주기성도 지역마다 다른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우리가 매년 빠짐없이 수 많은 매미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해주지 않을까?

염철민 (Y달팽이꼴)

2021년 8월 19일

5

충북 진천군 진천읍 신정리

줄기는 강한 덩굴성으로 주변의 무엇이든 여러 번 휘감고 있다. 꽃대는 길게 나서 마디마다 소수의 잎 한 장씩과 거의 꽃만 핀다. 꽃은 흰색이지만 꽃받침은 노란색이라 멀리서는 노랗게만 보인다. 잎맥은 선명하고 잎의 끝은 땅의 바닥으로 향한다. 잎자루는 자줏빛이다.

저 몽우리는 언제 즈음 활짝 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지나치곤 했다. 그런데 꽃이 피기는 커녕 노란색 몽우리는 색이 진해지고 수가 늘어만 갔다. 그렇게 몽우리만 몇 주 째, 너무 꽃의 개화가 늦는다는 생각에 일단 몽우리만이라도 사진을 찍어두자는 생각에 관찰을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잎이며 줄기며 몽우리마다 개미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단지 아직 과실도 없는 덜 여문 몽우리에 이렇게까지 몰려들지는 않았을 터. 혹시 나 모르는 사이에 꽃이 진 것일까 라는 생각과 함께 몽우리를 자세히 들여다 보지만 여전히 몽우리다. 그러다가 이내 퍼뜩 든 생각이, 만약 이것이 꽃이라면? 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개미들의 행동도 함께 유심히 관찰했다. 분명 개미들은 몽우리 처럼 보이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건드리고 있었다. 바로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마 꽃을 찾아봤고 그제서야 저 몽우리들이 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이든 확대해버리는 내 소중한 마크로 렌즈가 있었다면 금방 알아챘겠지만 스마트폰과 망가진 내 눈의 한계로는 여전히 꽃처럼 보이지가 않는다. 일부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로는 곤충의 도움 없이 바람과 같은 것으로 자가수정을 한다고 하는데 지금 보는 광경으로는 개미들이 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염철민 (Y달팽이꼴)

2021년 8월 12일

알락할미새
2

충북 진천군 진천읍 교성리

전체적으로 회갈색에 하얗고 검은 무늬가 있다. 부리는 까맣고 눈의 윗쪽으로 하얀무늬가 있다.날개 쪽은 검정색과 흰색이 빗살무늬를 이룬다. 꼬리 깃은 검정색과 대부분 검정색이고 일부 흰색이며 배의 아랫면은 흰색이다.

건물에 들어가려는 데 오늘 따라 저 앞에서부터 정문을 잡아서 열어 놓은 채로 기다리는 사람들을 만났다. 설마 면식도 없는 나를 위한 친절은 아닐테고, 누군가를 기다리나? 라는 생각으로 슬쩍 뒤를 돌아봤으나 아무도 없었다. 하긴 이 시간에 이 곳을 찾는 사람이 있을리 만무할 터, 아무튼 간에 괜히 남의 일에 너무 참견하는 자신을 다그쳤다. 그렇게 친절하게 열어준 문으로 들어가는데 영 이상하다. 내가 들어가고 나갈 때까지 문을 꼭 잡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했는데 한 명이 문의 안쪽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그 곳에는 순간적으로 '나비?' 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작은 새가 문에 막혀 빠져나가지 못한 채 날개 짓을 퍼덕이고 있었다. 그 사람은 새를 내보내 주려는 행위를 했지만 그 행위가 매우 엉성한 것이 일반인임에 틀림없다. 크게 푸드덕 거리는 것이 위협적이게 느꼈는지 발로 슥슥 밀어서 치워보려 하지만 실패한다. 새가 더욱 날뛴다. 아차 싶었는지 손으로 잡아보려 하지만 새가 몸을 낮추고 입을 크게 열며 위협하자 움찔 거리며 손을 치운다. 분명 쉽지 않았을텐데 그 용기가 가상하다. 내가 그 새에게 다가가서 먼저 관찰한다. 몸은 회갈색으로 덮여 있고 아랫배는 하얗다. 눈테가 하얀 것이 할미새 종류인가? 눈을 마주친 뒤 몇 초 후, 더 날뛸 것 같은 기미가 보이지 않자 손을 뻗는다. 그리고 이내 능숙하게 손에 품는다. 사실 한 두번 즈음은 손에서 벗어날 줄 알았는데 너무 순순히 잡혔다. 생각보다 꽤 기진맥진한 상태였나 보다. 그러고 보니 어제 퇴근시간 즈음에 지나가며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 건물에 까치가 한 마리 들어와서 왔다갔다 하고 있다고. 그 때는 그냥 흘려들었는데 그럴 리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가만 보니 검고 긴 꼬리깃만 두고 보면 일반인들에게는 언뜻 까치와 착각할만 하다고 느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하루를 꼬박 이 낯선 곳에서 지새웠으리라. 아무튼 다시 잘 날아가기를 바라며 손으로 도움닫기를 하려다가 새의 움직임이 너무 없는 것이 이상하여 그냥 땅에 조심히 내려두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유리창에 부딪혀 내상이라도 입었던 것일까? 과거 유리창에 부딪혀 날지 못하는 박새를 돌봐주다 몇 시간 만에 죽어버린 경험이 떠올랐다. 현재 기온 34도, 그늘 한 점 없는 잔디밭. 어찌 되었든 분명 이 곳에 두고 떠난다면 높은 확률로 열사병으로 사망하리라.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전에 멧비둘기가 쉬고 있던 그늘지고 조금 습한 풀밭이 눈에 띄었다. 빙고, 방학에다 코로나 관련 정책으로 정문을 제외한 다른 출입문의 이동을 통제하면서 이 곳은 새들의 성지가 되어 있었다. 갑작스러운 나의 방문에도 딱새와 알락할미새 등이 낯선 나의 침입에 놀라서 나무 위로 올라갈 뿐 떠날 생각은 보이지 않는다. 괜찮아 보이는 풀밭 한 곳에 새를 내려놓고 자리를 뜬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름대로 했고 나머지는 홀로 살아가야겠지, 설령 내상으로 곧 죽게 된다고 할지라도. 이럴 때마다 조금 더 아는 것의 죄는 조금 더 찝찝함을 남기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염철민 (Y달팽이꼴)

2021년 8월 12일

이름을 알려주세요
4

충북 진천군 진천읍 교성리

머리는 작고 면적의 절반은 눈알이 차지하고 있다. 눈알은 반달의 형태이다. 입 부분은 뾰족한 침 처럼 날카롭게 튀어나와 있는 것이 일각고래처럼 머리에 달린 뿔처럼 보이기도 한다. 배는 매우 호리하고 납작하며 윗쪽으로 약간 휘어서 접혀진 날갯의 아랫면과 딱 붙게 된다. 다리는 길고 가늘다. 날개와 다리의 체색은 반투명한 누런색을 띤다. 모기각다귀 종류 같다.

이제 슬슬 모기에게 물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던 중 만나게 되어 흠칫 하고 놀라게 되었다. 하지만 곧 모기 치고는 조금 크고 과장된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뭐야, 각다귀네. 괜히 놀랐어.' 라는 생각을 갖고 자세히 관찰하니 다시 한 번 놀라게 되었다. 비행하는 모습이 각다귀 내지 깔따구라고 생각했는데 모습은 모기와 흡사했고 무엇보다 머리 앞의 침은 피를 빨리면 따가울 것만 같이 무시무시하게 생겼다. 그래서 분명 곧 내 냄새를 맡고 달려들 것이라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치우고 거리를 조금 벌렸지만 풀잎에 앉은 채 움직임이 없었고, 의아한 마음에 침착하게 더 자세히 관찰했다. 시간을 조금 들여 관찰하니 내 피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였으며(오히려 내 움직임에 도망치려는 행동을 했다.) 체형이 모기는 아니고 굳이 따지면 각다귀 쪽에 더 많이 가까웠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각다귀가 있........긴 했지.' 평소에 주로 큰 각다귀들만 봐와서 나도 모르게 각다귀 하면 몸집 큰 생물이 떠오르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튼 처음 보는 모습에 이름을 붙여보자면 나라면 '모기각다귀' 라고 이름을 지었을 것 같았고 그 자리에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정말 그러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모기각다귀'라는 이름은 곤충 초심자들에게는 매우 불친절한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가뜩이나 모기와 각다귀를 헷갈려하는데 정말 이런 이름을 가진 각다귀가 있다면 혼란만 가중되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곤충 매니아들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나은 이름이 쉽게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하여간 이놈의 덕후들이란 생각하는 것도 참 비슷하다. 이런 생각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궁금증이 생겼다. 세상 어딘가에는 정말 흡혈하는 각다귀가 있을까? 그리고 어째서 굳이 모기를 흉내낸 것일까?

염철민 (Y달팽이꼴)

2021년 8월 12일

도롱뇽
2

충북 진천군 진천읍 교성리

원래 이 곳에는 도롱뇽이 살고 있지 않았으나 여러 마리의 도롱뇽 유생을 발견했다. 주변에는 조류(algae)와 숲모기 종류의 유충들이 가득하다. 배불러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모기의 유충을 잡아먹고 있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작은 인공 연못을 찾았다가 놀랐다. 원래 이 곳에는 도롱뇽이 살고 있지 않았는데 도롱뇽이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약 3년 전, 가뭄과 공사, 땅 주인의 낙엽 가득한 수로청소가 도롱뇽의 산란철과 맞물려 그들이 낳은 알들이 비명횡사할 위기에 처한 일이 있었다. 뜨거운 햇볕에 낙엽과 말라가는 알들을 주워 주변의 그들이 살 수 있는 장소를 몰색하다가 마음에 들지 않았음에도 이 곳에 풀어주었다. 혹시나 싶어 이후 1년간 이 장소에서 관찰을 지속했으나 도롱뇽은 만날 수 없었고, 2년 후인 오늘 다시 방문해보니 적은 수의 유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유생이 발견됐다는 것은 몇 세대를 거쳐 불안정하지만 그래도 이 곳에 정착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염철민 (Y달팽이꼴)

2021년 8월 11일

줄각다귀
4

충북 진천군 진천읍 교성리

머리에 비해 눈이 굉장히 크고 입 부분의 부속지가 굉장히 크다. 눈은 녹색이며 더듬이는 머리와 가까운 부분일수록 주황색을 띠고 끝으로 갈수록 검은색이다. 몸체는 멀리서 보았을 때는 날개 때문인지 그저 갈색 빛만 눈에 띄었는데 가까이에 가서 옆모습을 보니 와아- 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의외의 색이다. 몸체는 아주 밝은 햇살에서 대충 보았을 때의 몸 색은 회색 혹은 약간 어두운 상아색에 가깝지만 햇볕이 약해지는 시간 즈음에는 꽃마리가 생각나는 푸르스름한 색이다. 등면은 옅은 검은색에 약간의 은빛이 감도는 색이다. 다리의 색은 몸의 안쪽 마디는 주황색이지만 그 외에는 검은색에 약간의 푸른 색이 섞여있다. 다리는 세 쌍 이지만 뒤의 두 쌍과 앞의 한 쌍의 높이 차이가 발생한다. 게다가 세 쌍을 전부 이용해 몸을 지지하는 것이 아닌 뒤의 두 쌍만이 실질적으로 몸의 대부분을 지탱하고 가장 앞쪽의 한 쌍은 균형 혹은 지형에 따라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배 부분의 등판은 옅은 검은색이고 가운데로 옅은 살구색의 줄이 나 있고 마디 사이마다 겉으도 드러나지 않는 안쪽은 푸른 색을 띠고 있다. 교미를 위한 수컷의 꼬리 부속지는 움켜 잡기 쉬운 집게의 형태이며 암컷은 뾰족한 침의 형태이다. 수컷의 몸체가 암컷에 비해 작고 얇은 편이다.

원래 그냥 지나치는 길목이었지만 오늘 따라 유난히 각다귀들이 많길래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많은 수의 줄각다귀 암수가 짝짓기를 위해서인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심지어 바닥에는 짝짓기를 마치고 수명이 다한 것으로 보이는 몇몇의 죽거나 힘없이 다리만 까딱거리는 개체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전에도 이 곳에서 같은 녀석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그저 우연히 습지를 찾아 방문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몇 년이 지난 오늘도 발견하게 된 것은 이 녀석이 이 곳에서 번식을 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재미있게도 이들은 굳이 넓은 약수터 자리나 근처의 수로가 아닌 약수터의 틈새 사이로 흘러나온 물에 의해 습한 땅이 된 부분 근처에만 몰려들고 있었다. 흥미가 생겨서 좀 더 지켜보니 산란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암컷 개체도 관찰할 수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 눈길을 끌었다. 다리에 매달린 몸을 빳빳하게 세로로 세우고 콩콩콩콩 빠르게 방아를 찧듯이 역동적인 동작으로 배의 끝에 달린 산란관으로 땅을 찌른다. 이렇게 땅을 찌르는 이 행위는 1초에 여러 번도 찌른다. 크게 만날 일 없을 줄 알았던 각다귀를 이렇게 자세히, 오래 본 것은 처음이다.

염철민 (Y달팽이꼴)

2021년 8월 10일

집바퀴
4

충북 진천군 진천읍 신정리

온 몸은 광택이 나는 검정색이다. 색은 단순한 검은색이 아니라 새까만 어두운 색이다. 눈으로도 그렇지만 사진을 촬영할 때에는 항상 형체나 윤곽만이 느껴질 뿐이다. 그림자 또한 자연스럽게 일체된 모습을 보여준다. 색을 흡수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치 우주의 블랙홀 처럼 이질적으로 그 부분만 구멍이 뻥 뚫린 느낌이랄까. 그래서 곤충이 움직이는 것이 아닌 구멍이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다. 여지껏 만났던 곤충 중 가장 밤의 어둠에 가장 어울리는 색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다리에는 굵고 억세보이는 털이 가시처럼 나 있다. 어둠 속에 어떠한 구조와 색을 지녔는지 보정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확인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나는 바퀴벌레도 사육해봤고 만지는 것에도 거부감도 없지만 곤충 중에서 이상하게도 마주치면 본능적으로 잠깐이나마 긴장하게 된다. 이러한 긴장감은 산에서 뱀을 만났을 때와 비슷하다. 어쩌면 이 빠른 움직임이 단순히 빨리 도망가기 위함이 아니라 색과 더불어 인식을 저해시키고 그로 인해 긴장을 빠르게 놓지 못하게 만드는 전략 같은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염철민 (Y달팽이꼴)

2021년 6월 2일

도롱뇽
2

충북 진천군 진천읍 교성리

분수대에 힘없이 떠 있는 것이 멀리서부터 보였다. 물에 불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동안 관찰한 관찰한 도롱뇽들 중 유난히 체색이 옅었다. 몸의 군데군데에서 작은 곰팡이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도롱뇽 서식지가 걸어서 5분 거리일 뿐만 아니라 숨을 곳, 먹을 것 하나 없이 인공시설로 둘러싸여 있는데 어떻게 이 곳까지 오게 되었을지 상상이 쉽게 가지는 않는다. 하루 건너 연달아 비가 내렸었는데 높은 습도를 틈타서 낮에도 조금씩 이동을 했을 것이다. 이 곳까지의 여정이 아마 순탄치는 않았으리라.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도착한 이 분수대의 웅덩이에는 아무런 먹을 것도 존재하지 않았고 그대로 갇혀버린 것이다. 시멘트나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90도 절벽도 쉽지는 않겠지만 어떻게든 점액을 묻히며 오르내리는 생활을 했을 텐데 그러한 삶의 방식도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매끈하게 재단된 대리석 절벽 앞에서는 무리였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이 곳에서 익사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염철민 (Y달팽이꼴)

2021년 5월 31일

산왕거미
3

충북 진천군 진천읍 교성리

몸집이 큰 수컷이다. 몸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이 물씬 풍기고 거친 털이 보이며, 각이 졌다. 다리에는 스트라이프 무늬가 나타난다. 약간 부식된 나무토막 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 탓이 보기만해도 꽤 단단해 보인다. 펴면 길 것 같은 다리는 차곡차곡 접어서 몸이 전체적으로 마름모 꼴 형태로 보이게 만든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던 자리에 어쩌다 굳이 이 어둡고 추운 지하 층까지 오게됐을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평소라면 나름대로 이 곳까지 온 그대의 생각을 존중하여 그대로 두고 떠났을 테지만 이 곳에서의 죽음은 나에게 너무 익숙했다. 그간의 사례를 봤을 때 학생들에게 죽거나 수분과 먹이를 전혀 만나지 못한 채 메말라가거나 하는 미래가 너무나도 자명했기에 개입하여 입구 풀밭에 풀어주었다. 문제는 내가 흰색의 니트를 입고 있었고 그 거미의 보호색은 오히려 눈에 띄게 만들었다. 주변에 사람이 많아서 여러모로 귀찮은 일이 생기질 않길 바라며 조심스럽게 팔에 얹었지만 그러기에는 거미가 너무 활발했고 결국 요요를 하듯 갖은 곡예를 다 부리고 말았다. 문제는 뒤에서는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표정이 어떨지가 쉬이 상상됐기 때문에 마지막에 거미를 풀어주고 떠나는 순간까지 뒤돌아 보지는 않았다.

염철민 (Y달팽이꼴)

2021년 5월 27일

산딸나무
4

충북 진천군 진천읍 교성리

길가에 심어둔 것이기도 하고 왔다갔다 자주 봐왔기 때문에 원래 관심 밖이었지만 수시렁이들이 무척이나 많이 살고 있었기에 어쩐 이유일지 궁금하여 관찰하게 되었다. 수술과 암술을 처음으로 자세히 관찰하게 됐는데 깜짝 놀랐다. 산딸나무의 커다란 흰색 꽃잎이 진짜 꽃인 줄 알았는데 안쪽에 들어찬 부분들이 모두 작은 꽃의 형태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꽃 안에 또 다른 꽃들이 들어찬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눈에 잘 띄는 부분은 거대한 꽃받침 즈음으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왜냐하면 암술은 처음부터 암술만 존재하는게 아니라 처음에는 꽃잎처럼 생긴 네 장이 수술과 함께 싸여져 몽우리를 진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꽃이 개화하듯 네 장의 작은 꽃잎이 열리면 그 안의 또 네 장의 수술과 가운데의 암술이 드러난다. 시간이 지나 수분이 완료되면 작은 꽃잎과 수술이 모두 떨어지고 암술만이 남는다.
역시나 안쪽의 모든 꽃이 동시에 피진 않았고 일부분씩 돌아가면서 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 그렇게 하여 적은 수의 수시렁이들에게 확실히 수분을 받으면서도 적은 에너지 유지비가 들게끔 하려는 심산이 아닐까 싶다.
분명히 충분히 알고있다, 혹은 많이 보았다고 생각들더라도 막상 조금만 다르게 보면 뒷통수를 맞는 듯한 충격을 받을 때가 있다.

염철민 (Y달팽이꼴)

2021년 5월 27일

쇠딱다구리
4

충북 진천군 진천읍 교성리

머리 주변은 연한 갈색의 털이 나 있고 군데군데 하얀 무늬가 있다. 턱의 털은 하얗고 부리는 진한 고동색이다. 날개는 좀 더 진한 고동색에 가깝고 흰색의 줄무늬가 나 있다. 꽁지깃은 대부분이 하얗고 일부 고동색이 섞여있으며 무늬가 없는 군청색의 깃도 있다. 다리는 암녹색이고 발톱은 뽑기 기계처럼 둥글게 날카롭다. 바닥의 군데군데 옅은 혈흔이 있고 개미 종류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숲에서 관찰을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튀어나옴 때문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순간적으로는 놀라지만 숲에 오기 전부터 어느 정도 그러한 동물을 만날 것은 예상 범위 내였고, 그 탓에 본능적으로 숲 동물임을 알아차리고 빠르게 흥분이 가라앉지만 지금의 경우는 무척이나 다른 상황이다. 죽은 쇠딱다구리는 나의 행동에 반응을 하지 않고 쇠딱다구리처럼 행동하지도 않으니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 인식하지 못할 수밖에. 숲에서도 사체를 보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단지 사체의 대부분은 분해되어 거의 사라졌거나, 사냥 이라는 행위로 인한 몸부림 등 여러가지 흔적이 멀리서부터 흩뿌려져 있다. 아무튼 인공시설의 근처에서 죽은 동물의 사체에는 특히 더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이 예상범위 밖이기 때문이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마의 붉은 흔적은 유리창에 부딪혀 떨어진 후 바닥에 부딪혀 생긴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유리창이 너무 깨끗했기 때문이다.

염철민 (Y달팽이꼴)

2021년 5월 23일

재래꿀벌
3

충북 진천군 진천읍 교성리

프라다를 입은 듯 온 몸이 까맣다. 유난히 털이 많아보이기도 한다. 아마 양봉꿀벌의 체색은 털이 감춰져 보이는 주황색이지만 재래꿀벌은 온 몸이 까매서 유난히 털이 돋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토끼풀에서 꿀과 꽃가루를 모으고 있었는데 아까 전, 쥐똥나무에서 다량의 화분가루를 모으고 있던 양봉꿀벌 무리와 비교할 때 이 벌이 모은 화분덩이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기분 탓일까? 최근 몇 년 사이에 재래꿀벌을 만나는 빈도가 늘었다. 특히 올해 들어서 진천에서 만난 재래꿀벌의 수는 벌써부터 최고로 많이 만났다. 아이러니하게도 토종꿀벌 양봉장도 줄고 토종꿀벌 복원 사업도 멈춘 이후에 개체수가 더 증가하고 있는 것만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아직까지 양봉꿀벌처럼 무리지어 채밀하는 광경은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여전히 한 마리의 개체만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순히 이 종의 개체수가 적어서 그런 것일까? 생각해보니 깊은 산에 집을 지어 주로 그러한 곳에서 채밀하는 삶을 갖는다면, 아무래도 그 양은 한정되어 있을 것이고 무리지어 다니는 것은 비효율적일테니 이러한 습성이 생긴 것은 아닐까?

염철민 (Y달팽이꼴)

2021년 5월 23일

쥐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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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군 진천읍 신정리

꽃은 하얀색인데 너무 하얘서 카메라로 잡을 때마다 꽃의 색이 너무 하얗게 튀어서 꽃의 경계가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줄기와 꽃받침에는 흰색의 잔털이 나 있다. 무슨 연유인지 잎에는 끈끈한 경우가 많아 각종 이물질이 자주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꽃에 크기에 비해 진한 이 달콤한 향기는 꽃 뿐만 아니라 잎에서도 내뿜는게 아닐까? 진한 향기에 이끌려 많은 수의 양봉꿀벌이 꽃에 모여든다.
'쥐똥나무'라는 이름만 보면 똥내가 날 것 같지만 막상 맡아보면 내년에도 맡을 수 있기를 기다려지는 달콤한 향기가 난다. 그래서 나는 쥐똥나무의 꽃이 필 시기 즈음에는 통학할 때 늘, 건너편의 벚나무 가로수길이 아닌 좁지만 이 나무 담장 쪽으로 발길을 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쁜 일상에 몽우리가 자라는 모습을 잊고 지나치곤 하는데, 어느 날 '위이잉' 거리는 벌들의 소리를 듣고는 꽃이 피었음을 알았다.

염철민 (Y달팽이꼴)

2021년 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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